지난 15일과 16일 강원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경기가 열렸다. 대한민국의 윤성빈이 1~4차 합계 3분 20초 55를 기록하며 1위에 오른 가운데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의 니키타 트레구보프가 이 보다 1.63초 느린 기록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는 100분의1초를 다투는 스켈레톤 경기에선 보기 드물게 큰 격차다.

이날 스타트와 주행 모든 면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한 윤성민의 압도적인 기량은 평창 트랙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일명 ‘마의 9번 커브’를 통과한 궤적을 보면 보다 확연하게 드러난다. 2위인 트레구보프와 3위 영국의 돔 파슨스가 각 시기마다 다른 궤적으로 이 9번 커브를 통과한 데 비해 윤성빈은 4 차례 모두 동일한 궤적으로 매끄럽게 지나치며 10번 커브에 진입했다.

1, 2, 3위 선수가 각각 9번 커브를 4차례씩 통과하는 모습을 초고속으로 촬영해 겹쳐 보면 마치 한 차례만 통과한 것처럼 얇고 깔끔한 윤성빈에 비해 트레구보프와 파슨스의 궤적은 상대적으로 넓고 흐트러져 있다. 4차례 모두 자로 잰 듯 동일한 위치를 통과한 윤성빈에 비해 이들의 통과 위치가 각 시기마다 달랐음을 알 수 있다.

9번 커브는 직선주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작은 굴곡이 형성된 까닭에 주행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속도를 늦출 경우 10~12번 커브에서의 기록이 좋지 않고, 반대로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균형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올림픽을 앞두고 이 9번 커브를 누가 더 안정된 궤적으로 빠르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썰매 종목의 성패가 나뉠 것으로 예상됐다.

평창=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주성기자 poe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