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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쿠스코에서 70km 떨어진 오얀타이탐보에서 비포장 도로 1시간 달려 도착한 작은 마을 피스카쿠초, 찻길이 끝나고 잉카트레일이 시작되는 곳이다.

현지 가이드는 첫날은 소풍이라며 들뜬 표정이다. 2시간 후 길은 우루밤바강에서 점점 멀어지고 발 아래로 제법 넓은 평원이 펼쳐진다. 그곳에 약타파타 유적이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위에서부터 주택과 농지 수로의 3개 구역으로 구분되는데 물길의 곡선을 층층마다 그대로 살렸다. 유적 자체가 물 흐르듯 유연하다. 하늘에는 콘도르, 땅에는 퓨마, 지하에는 뱀 등 잉카인들이 신성하게 여겼던 3가지 동물 중 약타파타는 뱀의 형상을 본뜬 모양새다.

이따금씩 나귀에 짐을 싣고 이동하는 주민들도 만나고 군데군데 마을도 지난다. 첫 야영지 와이야밤바에서 앞서간 포터들이 이미 텐트를 치고 물을 데워놓고 여행자를 맞는다. 그래 첫날은 소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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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부터 오르막이다. 다국적 여행자 그룹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에게“바모스(Vamos!)”, 포터들에게는 “푸에르자 차스키스(Fuerza Chasquis!)” 잉카 전령 차스키는 500km 이상 떨어진 바다에서 쿠스코의 왕에게 신선한 해산물을 진상할 수 있었고, 3박4일 일정의 이 길을 6시간에 주파했다. 25kg의 짐을 메고 평지를 달리듯 4,200m 고지를 거뜬히 뛰어넘는 포터들 역시 차스키의 후예들이다.

3,800m 고지를 통과하자 발걸음이 급격히 느려졌다. 입에선 단내, 코에선 쇳소리다. 몸집 큰 텍사스 아주머니가 일행을 추월했다. 고산에서 경쟁의식은 금물이다. 힘들 때마다 쉬면서 숨을 고르는 게 상책이다. 드디어 와르미와뉴스키(4,215m) 고갯길 정상, V자 계곡 사이로 벽처럼 보였던 앞산과 얼추 눈높이가 비슷하다. 생애 최고지점에 올랐다. 시원한 풍광만큼 뿌듯함이 크다. 오늘 하루는 모든 여행자가 차스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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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좋은 룬쿠라카이 유적에 오르자, 간밤에 잠을 설치게 한 물소리의 정체가 밝혀졌다. 뒤편 설산에서 흘러내리는 거대한 물줄기가 2단 폭포로 떨어지고 있다. 룬쿠라카이는 간결하고 동그랗게 돌을 쌓아 올린 작은 성이다.

느닷없는 산정호수를 지나 고갯마루 내리막에서 사약마르카 유적과 만난다. 비스듬한 석벽의 곡선이 부드럽다. 예각과 둔각은 내진설계다. 떡 주무르듯 돌을 다룬 잉카인의 기술이 놀랍다.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가까운 풍경을 보니 열대 우림이다. 이곳에선 구름이 만들어낸 숲(cloud forest), 운림(雲林)으로 부른다. 마추픽추 국립공원은 산악과 아마존 밀림의 경계, 생물다양성도 풍부하다.

짙은 구름 사이로 고산 능선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저녁이 되자 텐트위로 남반구의 별들이 쏟아져 내려 장관을 이뤘다. 두어 시간 사이에 안데스는 변화무쌍한 신공을 발휘해 장엄하고 신비로운 대자연의 모습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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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30분, 주위는 어둠보다 더 짙은 구름에 덮였다. 과연 마추픽추를 볼 수 있을까? 가이드의 대답은 얄밉게도 “Nobody knows” 였다.

잉카제국에는 문자가 없었다. 정복자의 침입이 없었던 마추픽추 몰락은 더욱 미스터리다. 1911년 미국의 역사학자 하이럼 빙엄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 이후 수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자세한 것은 ‘아무도 모른다’

처음으로 마추픽추와 마주하는 인티푼쿠(태양의 문)가 가까울수록 마음이 초조하다. 바로 옆의 지형도 분간할 수 없는데 1.4km나 떨어진 마추픽추가 보일 리 없었다. “열렸어요, 빨리 오세요” 모든 풍경이 가렸는데 마추픽추만 오롯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일렁이는 구름도 거짓말처럼 그곳만은 가리지 않았다. 사위에서 피어 오르는 안개가 공중도시를 더욱 신비스럽게 감싸고 돌았다. “Nobody knows”. 3박4일의 잉카트레일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극적인 장면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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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사람들
글ㆍ사진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디자인 백종호 jongho@hk.co.kr
프로그래밍 김태식 ddasik9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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