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새로운 표준, ‘언ㆍ홈ㆍ슬ㆍ온’ 뉴노멀이 온다. ‘언ㆍ홈ㆍ슬ㆍ온’ 뉴노멀이 온다.

코로나가 바꾼 새로운 표준, ‘언ㆍ홈ㆍ슬ㆍ온’ 뉴노멀이 온다. 언택트, 홈코노미, 슬세권, 온택트

2020년 유례없는 코로나19 팬데믹은 국내 소비시장에도 사상 초유의 소비 한파를 불러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유례없는 소비 위축이 있었지만
그래도 소비의 저변에는 눈에 띄는 변화들이 감지됐다.

카드 소비 빅데이터로 확인된 2020년 코로나 사태 속 소비 변화를 살펴보자.

2020년 대한민국 소비 패턴은 코로나19 확산의 변곡점을 따라 세 차례 큰 변화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년도별 소비심리지수

년도별 소비심리지수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한국일보가 비씨카드 빅데이터센터에 의뢰해 '2019-2020년 소비패턴과 코로나 시대의 소비변화'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 쇼크’로 인한 소비 흐름의 변화는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작년 1월 20일) 이후 시차를 두고 발생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시작 코로나 초기

집밥·넉넉한 장보기 전국민 집콕 시즌1

언택트 생존소비↑ 전국민 집콕 시즌2

집 꾸미고 홧김소비 위드코로나 시즌

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소비지도

디지털 소비 큰손 된 5060 '액티브 시니어'

코로나 이전의 일상은 잊어라. 뉴노멀 시대를 준비하라.

작년 2월 중순 신천지발(發)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감염병 위기경보는 ‘심각’ 단계로 격상됐다.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의 신학기 개학이 연기되고 15일간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작했다.

분기별 국내카드 결제 금액

코로나19 영향

출처 : BC카드 빅데이터센터

소비심리는 이때부터 꽁꽁 얼어 붙었다. 1월(104)까지 높았던 소비심리 지수는 4월(71) 뚝 떨어지며 글로벌 금융위기(68)와 비슷한 수준으로 곤두박질쳤고, 거리두기에 대비한 넉넉한 장보기는 연말까지 지속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강화된 4-6월에는 ‘집밥’ 수요가 ‘배달음식’을 넘어섰다.

‘집밥’과 ‘배달 음식’ 간 검색량 비교

집밥
배달음식
코로나19 이후
집밥에 대한 관심 증대

출처 : 네이버 데이터랩

이 시기 2030세대 검색어에는 집밥이 배달음식을 크게 추월했다. 개학이 밀리고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느라 장보기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특히 5월 이태원 클럽발(發) 집단감염 사태로 숨은 확진자가 늘면서 배달음식보다 안전한 집밥을 선호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면접촉을 꺼리는 소비자들은 서서히 온라인에서 지갑을 열었다. 올해 젊은층부터 노년층까지 산업 전반에 걸친 언택트 소비는 전체 소비 중 약 20%로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전 이미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된 덕분에 온라인 산업에선 코로나쇼크로 인한 타격이 덜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 소비에서 온·오프라인 비중

오프라인
온라인

출처: 통계청

그렇다고 모든 품목의 온라인 소비가 증가한 것은 아니다.
언택트 온라인 소비 트렌드 속에서도 '체험'과 '외출'이 연관된 품목들은 기존 오프라인 소비를 온라인으로 성공적으로 전환시키지 못했다.

품목별 온·오프라인 소비 증감

오프라인
온라인

출처 : BC카드 빅데이터센터

의류는 온·오프라인 소비가 각각 6%, 15% 하락해 가장 타격이 컸다. 뷰티와 스포츠 용품 소비도 오프라인 감소분(각각 21%, 19%)에 비해 온라인 증가분(14%, 12%)이 저조해 전체 매출이 감소하면서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양상을 보였다.

‘위드코로나 시즌’에는 ‘집콕 생활’에 지친 소비자의 홧김소비가 두드러졌다. 하반기면 코로나19가 잠잠해 질거라 기대하며 외부활동을 자제하던 소비자는 장기화되는 상황에 억눌렀던 소비심리를 터뜨렸다. 아래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코로나19 초반 움츠렀던 소비심리가 연말로 갈수록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월별 언택트 소비 규모 추이

출처 : BC카드 빅데이터센터

끝날 것 같은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며 장기간 이어질 양상을 보이자 집 밖에서 즐기던 다양한 경험을 집안으로 끌어들이며 홈쿡, 홈술, 홈엔터 관련 소비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홈코노미'관련 소비추이 변화

2018
2019
2020

홈쿡

홈술

홈엔터

출처 : BC카드 빅데이터센터

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소비지도

코로나19는 소비자가 지갑을 여는 장소마저 바꿔 놨다. 유례없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외출을 줄이는 대신 집 근처에서 소비 활동을 하는 이른바 ‘슬세권’이 코로나시대 새 상권으로 떠올랐다.

상권지도
강남, 중구(을지로,명동) 등
전통적인 오피스 상권 중심으로
소비 발생
온라인 및 동네 소비 활성화 등으로
전통상권 이외 주거 지역까지
소비 중심이 이동

출처 : BC카드 빅데이터센터

18년 4월 서울 강남과 중구 을지로, 명동 등 '전통적인 오피스 상권 '에 쏠려있던 소비지도는 20년 4월 온라인 소비 증가와 동네 소비 활성화 등으로 서울 외곽으로 이동했다.

직장인들로 북적이던 도심이 썰렁해지고 사람들의 동선은 거주지 근처로 좁아졌다. 출근 및 등교, 외출 중에 소비를 하고 귀가하던 패턴에서 퇴근 또는 일과 후 소비로 바뀌면서 상권도 주거지역 곳곳으로 재편됐다.

동네 소비형 비중
전체
소비량

'19년

'20년

출처 : BC카드 빅데이터센터

19년 비씨카드 전체 이용자의 10%에 불과했던 '동네소비형' 고객은 작년에 13%로 증가했다. 이들의 행동반경은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동네 근방으로, 거주하는 시ㆍ군ㆍ구 내에서 총 소비액의 61%를 쓰는 것으로 집계됐다.

19년 VS 20년 유통업종 유형별 이용 증감율

출처 : BC카드 빅데이터센터

상권의 중심축이 유흥가나 도심에서 주택 밀집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편의점, 식료품, 슈퍼마켓 등의 동네 생활 업종의 소비가 증가한 것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집 근처 편의점과 식료품점, 슈퍼마켓은 이용률이 모두 증가하며 활기를 찾았다. 반면 소비자가 몰리던 대형마트나 백화점, 면세점은 동네에서 다소 떨어진 지리적 약점 탓에 소비자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디지털소비 큰손 된 5060 '액티브 시니어'

19년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58, 59% 선을 유지하던 쇼핑 지출 중 온라인 비중이 작년 11월 62.2%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온라인 비중 급등이 코로나19로 인해 약 반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쇼핑비 온라인과 오프라인 지출 비중 추이
온라인
오프라인
격차16.0%p
격차24.4%p

출처 : 컨슈머인사이트

이런 쇼핑 행태의 변화에서 올해 단연 주목받는 소비자가 있다. 2030세대보다 구매력이 탄탄한 5060 '액티브 시니어'다.
주로 젊은층이 찾던 CJ올리브영의 50대와 60대 올해 온·오프라인 결제 건수는 2018년보다 각각 15%, 20% 증가했으며, 올 1~11월 전체 유통 매장에서 삼성페이, QR코드 등 모바일 결제수단 사용 증가율도 5060이 가장 컸다.

액티브 시니어
오프라인 Untact 결제 증가율
여성
남성

출처 : BC카드 빅데이터센터

디지털 취약계층이라고 생각했던 연령대들도 예외없이 코로나 시대에 빠르게 적응 중임을 알 수 있다.

코로나 이전의 일상은 잊어라. 뉴노멀 시대를 준비하라.

2020년 코로나시대 소비트렌드 변화를 보여주는 키워드 중 하나는 인스피리언스다. 이는 집안(indoor)과 경험(experience)의 합성어로, 집 밖에서 즐기던 다양한 경험을 집안이나 개인생활 공간으로 끌어들여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비자발적 집순이’가 된 인스피리언스족은 집 밖에서 즐기던 여가 경험을 할 수 있는 아늑한 장소로 집을 재해석한다. 극장을 가는 대신 집에서 영화를 즐기고, 집을 카페나 바(bar)처럼 꾸며 홈카페나 홈술을 즐긴다.

집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홈코노미(Home+Economy)'는 올해 유통시장 판도를 뒤흔들어 놨다. '홈쿡' '홈술' '홈엔터테인먼트' 등 관련 소비가 늘면서 업종을 불문하고 홈코노미에 특화된 상품 개발과 마케팅으로 생존경쟁이 치열해진 양상이다.
집에서 매번 밥상을 차리기 부담스러운 소비자는 가정간편식(HMR)에 눈을 돌렸다. HMR 시장 규모가 약 4조원대로 성장하자 치킨업계와 백화점, 대형호텔까지 도전장을 내밀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의무화됨에 따라 비대면/비접촉 방식인 ‘언택트(Untact)’는 이제 일상이 됐다. 코로나19가 잦아들지 않고, 장기화되며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을 통한 연결(on)을 접목시킨 개념인 온택트(Ontact)를 확산시켰다. 백화점, 마트와 식당들은 모바일 앱으로 옮겨왔고, 교실과 강의실은 화상 프로그램으로 대신하며, 거리두기의 무료함은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해소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 전환이 불가피해지면서 온라인 화상 회의, 재택근무, 비대면 주문 등 과거에 없던 새로운 일상이 시작됐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리는 앞서 비씨카드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코로나가 바꾼 새로운 일상 속 변화를 확인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롭게 재편될 세계에서 살아 남으려면 기업 뿐 아니라 정부도 빅데이터를 분석해 달라진 시민들의 가치를 이해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뉴노멀시대에는 ‘디지털’과 ‘빅데이터’의 활용으로 디지털 격차 없는 포용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화해갈 것이다.

취재 박지연, 맹하경, 이소라 기자

인터랙티브 기획/제작 안경모 팀장, 박인혜, 한규민, 백종호, 유정석, 오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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