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간 코인 보고서

국내 5대 거래소 상장폐지 코인 전수조사

사라져간 코인 보고서(2017년 4월~2023년 5월)

코인 발행은 쉽습니다.숙련자는 이더리움 토큰(ERC-20) 수억개를 찍어내는 데 5분도 안 걸립니다.그러나 상장은 차원이 다른 얘깁니다. 국내 주요 거래소에 상장하려면 각고의 노력은 물론이고, 뒷돈(상장피)도 마다하지 않을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상장됐던 코인 315개가 사라졌습니다.상장 후 평균 2년만의 일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한국일보는 지난 2월부터 약 3개월간 사라져간 코인들을 전수조사했습니다. 내가 샀던 그 코인은 '먹튀'였을까요? 한바탕 축제가 끝나고 난 폐허가 된 그 자리를 인터랙티브로 공개합니다.

개별 코인을 클릭하시고 종목별 상장 및 운영 상세 내역을 살펴보세요

  • 거래소별 상장폐지 코인 비율(단위: 개, %)

    전체315

    상장폐지 코인 중 김치코인 비율(단위: 개, %)

    전체315

    거래소 별 상장폐지된 코인 중 김치코인 비중 비교(단위: %)

    김치코인 평균
    30.5%

    상장에서 폐지까지 평균 기간(단위: 일)

    전체 평균
    748.8
    김치코인 평균
    627.6

    상장폐지 가상자산의 거래지원 종료 사유(단위: 개)

    상폐된 코인의 홈페이지 연결 여부(단위: %)

    상폐된 코인의 트위터, 텔레그램 운영 여부(단위: 개, %)

    코드 수정 확인 가능여부(단위: 개)

    코드 수정 확인 가능여부(단위: 개)

    상폐된 코인의 마지막 코드 수정후 방치 기간(단위: 월)

    어떤 거래소에서 얼마나 폐지됐나

    315개. 2017년 4월부터 2023년 5월까지 6년여간 국내 5대 거래소에서 거래지원 종료된 코인 수입니다. 업비트가 152개(48.3%)로 가장 많았고, 코인원 65개(20.6%), 빗썸 63개(20.0%), 고팍스 21개(6.7%·유사 파생상품 토큰 제외) 코빗 14개(4.4%) 순이었습니다. 업비는 거래량 기준 점유율 약 90%로 규모가 가장 큰 거래소입니다. 규모만큼 상장폐지된 코인도 많았습니다.

    김치코인 비율이 눈에 띕니다. 5대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된 김치코인은 총 96개로 30.5%였습니다.

    김치코인 비중은 업계 3위로 평가받는 코인원이 44개(67.7%)로 가장 많았습니다. 10개 중 7개가 김치코인입니다. 빗썸이 32개(50.8%)로 뒤를 이었습니다. 업비트 12개(7.9%), 고팍스 6개(28.3%), 코빗은 2개(14.3%)에 그쳤습니다.

    검찰은 최근 코인 발행업자로부터 상장피를 받은 코인원 임직원 2명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습니다. 검찰은 현재 빗썸 임직원에 대해서도 상장피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상장폐지까지 걸린 시간

    평균 2년 조금 넘게 걸렸습니다. 업비트에서 상장폐지된 코인이 절반가량 차지하다보니 업비트의 폐지까지 이르는 기간과 비슷하게 수렴합니다. 코인원과 코빗이 상대적으로 기간이 짧습니다.

    눈에 띄는 건 김치코인의 평균 상장 기간입니다. 627.6일로 전체 코인의 평균 상장기간보다 더 짧습니다. 김치코인들인 평균적으로 더 짧은 시간 내에 여러 문제가 불거졌고 상장폐지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왜 상장폐지 됐을까

    프로젝트 위험이 154개(48.9%)로 가장 많았습니다. 코인 발행 후 관련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거나 관리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의도적 '먹튀'이면 코인업계에선 이를 러그풀(Rug Pool) 사기라 부릅니다.

    두 번째는 시장 위험(135개·42.9%)입니다. 시세조작이 의심되거나 해당 거래소에서 일정 기준 이상의 거래량이 나오지 않으면 상장폐지 대상이 됩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사유는 기타(75개·23.8%)와 투자자 보호 위험(51개·16.2%)입니다. 법규를 위반했거나 거짓 정보를 제공하고, 코인 유통량을 속였을 경우가 투자자 보호 위험에 해당합니다.

    김치코인만 따로 분류하면 어떨까요. 투자자 보호 위험이 한 단계 더 상승합니다. 실제로 프로젝트 위험(59.4%)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었습니다. 아울러 시장 위험(30.2%), 기타(24.0%), 기술위험(3.1%) 순입니다. 실제로 법규위반 사례는 차고 넘칩니다. 최근 상장폐지된 베이직(BASIC)의 러그풀 의혹부터 위믹스(WEMIX)의 코인 유통량 거짓 논란까지 사례는 너무나 많습니다.

    상폐된 코인 지금도 운영되고 있을까

    코인 프로젝트가 웹(Web) 기반 서비스이고 홈페이지 운영이 서비스의 기본인 점을 고려하면, 홈페이지가 닫혔다는 건 사실상 사업을 중단했다는 의미합니다.

    실제로 315개 코인의 홈페이지 운영 여부를 조사했더니 75개(23.8%)는 연결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김치코인은 27.1%가 연결 안 됐습니다.

    스캠 코인을 연구해온 조재우 한성대 블록체인연구소 교수도 "홈페이지조차 연결되지 않는 건 이른바 먹튀를 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코인 발행업체가 투자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운영하는 트위터와 텔레그램 커뮤니티의 활성화 정도도 살펴봤습니다. 트위터와 텔레그램 각각 46.0%, 52.1%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습니다. 아예 대화조차 이뤄지지 않거나, 대화가 이뤄져도 스팸 메시지만 가득했고 의미있는 대화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연결 조차 안 되는 트위터와 텔레그램도 8.6%, 6.3%였다.

    마지막 코드 수정은 언제일까

    블록체인 코드는 통상 오픈 소스의 성지라 불리는 '깃허브'(GITHUB) 사이트를 통해 공개됩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참조되는 코인 정보업체 '코인마켓캡'(Coin Market Cap)에 코인을 등록하려면 깃허브에 해당 코인을 등록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입니다. 암호화폐 코드의 수정 여부는 깃허브를 통해 대부분 확인할 수 있고, 스캠 코인인지 따져볼 수 있는 기준 중 하나로 꼽힙니다.

    실제로 최종 코드 수정일을 확인해봤습니다. 전체 코인 기준 63개(20.0%), 김치코인은 31개(32.3%)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코드 오픈 여부를 따져봐도 김치코인이 더 폐쇄적입니다.

    확인 가능한 코인(전체 252개·김치코인 65개)을 기준으로 코드 최종 수정일을 계산했습니다. 전체 코인은 평균적으로 20.4개월 전에 수정한 반면, 김치코인은 24.2개월 전에 코드를 수정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상장 전부터 코드 업데이트를 아예 하지 않은 코인도 부지기수입니다.

    "강남 납치·살인사건의 배경이 된 퓨리에버 코인이 6개월 전에 마지막으로 코드를 수정했는데, 이후 마지막 수정 8개월 기점으로 사기성이 짙은 코인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코드 최종 수정일이 8개월 정도 지났다면 투자를 신중히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조재우 한성대 블록체인연구소 교수